2005년 01월 03일
메이드 탐구-엠마(Emma) from [엠마(エマ)]-

기념할만한 메이드 탐구 첫 번째 게스트는 아시는 분이라면 다 아실, 메이드 팬뿐만 아니라 메이드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마저도 그 청초한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이 시대 최고의 메이드 중 하나인 엠마양(박수).
-작품 소개-
모리 카오루(森 薰)씨에 의해 2001년 만화잡지 월간 코믹빔(月刊コミックビーム)에서 연재되기 시작. 2004년 6월(일본시각)현재 4권까지 출간되어 있음. 또한 설정집이자 부독본으로서 엠마 빅토리안 가이드(エマ ヴィクトリアンガイド)주(1)가 2003년 11월에 발매되어 있음.
-출신 및 약력-
이름은 엠마(Emma). 성은 없음. 아버지는 없이 어머니와 살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요크 부근의 작은 어촌에 사는 숙부 댁에 맡겨짐. 그곳에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내다 인신매매꾼에서 납치당해 이스트엔드주(2)의 홍등가에 팔려질 뻔함. 다행히 구사일생으로 도망쳐 나와, 그 후 거리를 전전하며 허드렛일을 도와주거나, 꽃을 팔며 근근이 연명해 나감. 그러던 중 30여년을 계속해오던 가정교사 일을 그만둔 켈리 스토너 부인에 의해 메이드로 거둬져서, 그대로 5년 여간 그녀에게 교육을 받으면서 잡역메이드(maid of all works)주(3)로서 근무.
스토너 부인의 댁에 있으면서 과거 스토너 부인이 교육을 담당했던 존스가의 장남, 윌리엄 존스와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지나, 영국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신분의 차이를 절감하고 고뇌에 빠짐. 얼마 있지 않아 스토너 부인이 노환으로 타계하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자신의 고향으로 향하나, 여행 도중에 독일에서 온 무역상 멜더스 가의 안주인 도로테어 멜더스와 하우스 메이드(house maid)인 타샤와 만나게 되어 그대로 멜더스 가에 고용,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주의 하워스(Haworth)에 있는 멜더스 가의 컨트리 하우스주(4)에서 하우스 메이드주(5)로 근무하게 됨.
-캐릭터 분석-
기본적으로 안경+단정+침묵이라는 3요소를 갖춘 이색적인 ‘정통파’메이드주(6). 사실 원작의 배경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제 막 미국 등지에서 대량생산이 시작될 무렵, 서민들로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을, 눈을 혹사시키는 목판장인들 정도나 갖고 있던 안경을 잡역메이드인 엠마가 가진다는 것은 조금 시대착오적인 설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엠마 권말후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좋은 게 좋은 법. 어디까지나 만화임을 감안하고 볼 때, 엠마라는 캐릭터의 성격을 잘 드러내주는 좋은 소품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엠마는 기본적으로 그다지 말이 없고, 침착한 성격으로 그려진다. 이는 유년시절에 일찍 부모를 여의고 숙부님 댁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살아왔던 경험, 인신매매꾼에게 납치되어 팔려질 뻔한 경험, 어릴 때부터 런던 거리를 전전하며 온갖 궂은일을 해야 했던 경험 등이 맞물려서 빚어낸 결과로서의 성격으로 판단된다. 어지간한 일에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설사 처음 해보는 일이라도 특유의 침착성을 발휘, 척척 수행하는 것은 역시 겪어온 수라장의 수가 틀리기 때문일까.
스토너 부인이 엠마를 메이드로 거둬들인 것은, 당시 스토너 부인이 가정교사를 그만두면서 메이드가 필요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년에 걸쳐 교육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과연 교육이 인간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을까하는 탐구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영국 사회에 있어서 여성의 교육기회. 특히 엠마와 같은 하류층 여성에게 있어 교육의 기회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기에(물론 1870년의 교육법에 기초한 공립소학교(Board School)주(7)가 설립되어 교육의 기회가 넓어지긴 했으나) 거리를 전전하며 부랑아 같은 생활을 하던 엠마는, 그런 스토너 부인의 좋은 실험체로서 기능했다. 다행히 엠마는 타고난 명석한 두뇌를 지니고 있어 그러한 스토너 부인의 기대에 충실히 부응해 주었고, 멜더스 가에 고용된 후에 때때로 보여주는 메이드라 믿기 어려운 교양의 편린들은, 그러한 스토너 부인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가끔씩 보여주는 당황함, 부끄러움 등등의 표정이 그녀가 단순한 과묵한 쿨한 캐릭터성만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윌리엄과 함께 있을 때의 수줍어하는 표정이나 못 마시는 술에 취해서 옛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짓는 모습은, 그 전의 침착하고 단정한 모습만을 주로 봐온 독자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겉으로는 단정하지만 속은 또한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그러한 두 가지 모습이 작중에서 동시에 드러나는 점이 이 작품에 있어서 메이드라는 직업과 로맨스물의 여주인공역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끔 해주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에학적 관점에서의 비평-
가장 특기할만한 것은 역시 정통파 메이드로서는 (메이저 만화계에서)처음으로 그려진 메이드물의 주인공이라는 것. 이는 메이드 고찰2에서도 언급했지만, 기존의 메이드상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던 모에 문화에서의 메이드 장르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실 종래의 메이드물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메이드상’으로서 취급되어야할 유사메이드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로맨스 혹은 할렘물이 태반이었던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이 ‘엠마’의 등장은 당시의 상황을 개탄하던 정통 메이드 매니아들에 있어서, 또한 일본 만화계에 있어서 하나의 지각변동적인 사건에 다름 아니었다.
또한 현대 모에 문화에 있어서 ‘메이드상’이라는 캐릭터는 주인님에 대한 무조건적 봉사가 주가 되면서도, 그 저변에 주인님과 메이드라는 계급적 차이를 심각하게 부각시키지 않으려 하는 경향(혹은 부각시키면서도 암묵적으로 그것을 애정적 요소를 통해 깨트리려는 시도)이 있었던 반면, 이 ‘엠마’에서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계급적 차이를 전면에 확실히 내걺으로서 기존의 ‘메이드상’작품들과는 한 획을 긋고 있다. 물론 이 작품 내에서도 사람들 의식 속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계급사회적 구조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상류계층과 노동자 남녀의 사랑이 주된 테마로서 등장하여 어느 정도 메이드상 작품적인 요소를 취하고 있지만, 그 근본적인 차이점은 신분 차이적 연애에 있어서 계급사회에서의 장애를 작중 갈등구조의 전면에 내세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메이드상 작품이 메이드 고찰2에서 설명한 메이드상의 주된 기능인 ‘치유적 개념’에 있어서, 그러한 작품이 지니는 갈등구조의 가장 큰 요소가 ‘주인님과 메이드의 연애 성취’자체에만 순수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여타 여성들’이라는 장애물을 뚫고 주인님에 대한 연애적, 모성적 대상으로서 작용하는 것과 확연히 구분되는 부분이다.
즉, ‘엠마’라는 작품의 주된 갈등구조는 엠마라는 ‘메이드’가 본래 가지는 계단 아래의 노동자계급으로서의 계급적 한계성과, 상류계층인 윌리엄 존스라는 남성을 만나 사랑에 빠짐으로서 그러한 한계를 넘으려하는 의지로서의 상황 초월적 원망, 그리고 그 의지를 방해하는 당시의 시대풍토와의 정면충돌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엠마의 갈등구조가 기존의 메이드상 작품들 내에서의 갈등구조에 식상해 있던 매니아층에게 새롭게 어필했던 것이라 분석할 수 있겠다(기실 모리 카오루씨는 1997년부터 코믹 마켓 등의 동인 활동을 통해서 메이드 관련 동인지를 수차례 내왔으며, 일본 내의 메이드 동인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상태였다).
이런 이유로 안경과 과묵, 침착과 수줍음이 동시에 어우러진 엠마라는 캐릭터는 외양적 특질에 있어서 ‘안경메이드’라는 메이드상적 특질과, 현재 모에 문화적 기호에 부합되는 캐릭터성을 지닌, 모에학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성공한 정통파 메이드와 메이드상의 혼합형 캐릭터로서 그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1): 작가인 모리 카오루씨가 작품의 시대 배경에 대해 곧잘 질문을 받았을 때, 당시의 메이드에 대해 알기 쉽게 씌어진 일본어 책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을 때 편집부의 제안으로 곧장 제작에 돌입, 완성된 부독본. 작화 및 감수에 모리 카오루, 라이터에 무라카미 리코(村上リコ), 빔 코믹스 편집부가 참여.
주(2): 현대 런던의 발상지이자 금융 및 상업의 중심지인 시티(city)지역의 동쪽 끝에 위치한 지구. 현대에 이르러선 깨끗한 거리로 변모했으나, 빅토리아 시대에만 해도 치안이 나쁜 슬럼가였다.
주(3): 당시 영국의 귀족 계층이 수십명에 달하는 남성 및 여성 사용인을 거느리는 것에 반해, 경제적으로 그다지 여유가 없던 중류층 가정에서는 모든 가사를 혼자서 해내는 잡역메이드를 한명 고용하는 것이 겨우였고, 스토너 부인처럼 퇴직 후 연금으로 생활하는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4): 직역하면 ‘시골집’이지만, 당시 영국 사회에서의 컨트리 하우스의 의미는, 전세기 이전의 상류계급들이 소유한 대저택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이는 불로소득을 가져다주는 넓은 토지와 그 가운데 세워진 저택을 모두 포함한 어휘로서, 이와 반대로 수도인 런던 내에 소재한 집을 타운 하우스(Town House)라고 불렀다.
주(5): 저택 내의 방을 청소하거나 집안의 가구 및 물건들을 깨끗하게 보존하는 것이 임무인 메이드. 빅토리아 시대에는 집안을 깨끗하게 정돈해두는 것을 중시했기 때문에 하우스 메이드의 수요가 매우 컸으며, 여유가 생기면 우선 하우스 메이드릐 보충을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주(6): 여기서의 정통파 메이드란, 어디까지나 모에 문화적 장르에서의 메이드상으로 대표되는 유사 메이드와 개념적으로 비교되는, 빅토리아 시대의 형식을 기준으로 한 메이드를 말한다.
주(7): 공립소학교란, 당시 서민 자제들의 교육을 담당하던 민간의 학교나, 영국국교회의 사설교와는 다른, 국가주도의 기초교육기관이다. 이 학교에서는 전국공통의 커리큘럼을 무상으로 서민의 자제들에게 교육시킴으로서, 90년대에 들어 국민들의 식자율을 90%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된 역할을 수행했다.

# by | 2005/01/03 18:37 | 메!이!드!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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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판으로 4권 소장하고 있답니다.
번외편을 저런식(?)으로 보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