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문학-시끄러운 보석들(Les Bijoux Indiscrets)-

저는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사실 프랑스어는 잘 하는 편이 아닙니다만, 그래도 전공이 전공인지라 프랑스 소설을 원서로 보는 일도 자주 있곤 하지요.

오늘 소개해 드릴 문학작품은 프랑스의 18세기 계몽사상가인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소설인 시끄러운 보석들(Les Bijoux Indiscrets)이라는 책입니다.

아마도 불문학에 생소하신 분들, 혹 어쩌면 불문학을 전공하시는 분들조차도 이 책의 제명을 들어보신 적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이 책을 교수님(디드로를 전공하신)께 소개받기 전까지는 이런 책이 있는 줄 몰랐으니까요. 사실 디드로의 다른 작품인 [라모의 조카]라든지 [수녀]등은 국내에 이미 여러번 번역된 적이 있고, 또한 상당히 유명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국내의 검색 사이트나 여러 불문학 관련 홈페이지에서도 이 책에 대한 언급은 없더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이 국내에 나오지 못한 이유는 이 책이 매우 '야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아프리카 콩고 제국을 배경으로 한, 황제가 마법의 보석으로 궁정의 여러 여성들의 불륜 행각을 폭로하고 다니는 내용이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 묘사 자체도 무척 노골적이어서 당시 프랑스 정부당국으로부터 사법처벌도 받은 적이 있었던 만큼, 얼마전까지만 해도 출판물에 검열제도가 있었을 정도로 구시대의 윤리잣대를 들이대길 좋아하는 대한민국 내에서는 도저히 출판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겠지요. 덕분에 저도 원서를 읽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만...

사실 일본에서는 이미 이 작품이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된 적이 있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이제는 단 한권도 나오고 있지 않더군요. 1910년대판부터 마지막으로 출판된 책이 1950년대입니다만, 덕분에 이젠 고서적이 되어버린 일본어판을 찾느라 엄청 고생했습니다. 한정판 양장본의 경우는 30만엔이나 나가더군요...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내년에 일본에 가게되면 고서점에 들러서 꼭 한권 살 생각입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번역되어 나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작품입니다만,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 모태가 된 백과전서의 저자인 디드로의 작품이고, 또한 페미니즘 문학의 효시라고도 일컬어지는 작품이니만큼 읽어보셔서 나쁠 건 없습니다.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도 에로스로 가득차 있으니까요. 프랑스어를 하실 수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다음엔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by Ra-Se-N | 2004/12/26 20:26 | 문화 인생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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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ruxian at 2004/12/26 20:28
오..그렇군요...저는 디드로는 백과전서파의 사상가로만 생각했는데 소설도 썼었군요. 프랑스어는 원체 못읽고 일본어도 못읽고 그런데 영어로는 혹시 번역판이 있습니까?
Commented by Ra-Se-N at 2004/12/26 20:53
아,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어로 된 번역본도 당연히 있습니다. 영어 제명은 'The Indiscreet Jewels'인데요. Marsilio 출판사에서 출판했네요. 300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분량인 듯 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세요^^
Commented by 유월이 at 2004/12/26 22:14
'소돔120일'같은 것보다는 더 심한가 보군요.(덜덜)
Commented by Ra-Se-N at 2004/12/27 00:15
글쎄요...이 작품이 소돔120일과는 좀 궤도를 달리 한다는 것이, 이 작품에서의 성애 묘사는 어디까지나 '건전한' 선에서의 묘사로 자기규제의 한계를 단정짓고 있다는 것입니다. 디드로 자신은 이 작품에서 여성해방 내지는 남녀평등적 관점에서의 성의 자유는 인정하고 있지만, 흔히들 우리가 생각하는 문란한 성행위나 동성애는 결코 인정하고 있지 않거든요. 정작 디드로 자신은 이런 작품은 쓰면서도 자기 딸만은 그야말로 정숙한 숙녀로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 아이러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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